[반려견 생활]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던 사람

미니메이가 오기 전, 오빠랑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개를 키울 때는 마당에서 개집을 두고, 목줄을 하고 키웠었다. 가족들이 식사 후 남은 음식을 적당히 모아서 먹이고 요즘과는 다른 문화였다. 신랑은 ‘시골개’를 모델로 삼아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는둥, 전용 사료나 기능별로 세분화된 사료나 건강기능식품은 상술 취급을 하였다.

우리집에 노출된 전선이나 물품때문에 강아지들이 저지레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목줄을 달고 집안에서 키우겠다는 말에 기겁을 했었다.

그때에 비해 지금 동물에 관한 학문이나 문화가 달라졌고, 요즘 사회에서 건강하게 동물을 키위기 위해서는 수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런 사람과는 강아지를 키우면 내가 힘들어질 것 같았고, 자식을 낳는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합의된 의견이 있었을 때 입양 할 것을 다짐했지만,, 미니메이를 보는 순간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아이들을 감당할 결심을 했다.
나는 미니메이를 보면서 부모의 마음을 엿본다. 나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고, 자신이 없지만 미니메이를 데리고 왔을 때의 결심에서 이렇게 부모가 된다는걸 간접적으로 느꼈다. 준비되지 않아도 뭐든지 해야하고, 할 결심이 나는 순간!! 그 성스러운 찰나의 감정과 결심, 나의 의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신랑도 미니메이를 키우겠다는 결심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었다.

막상 아기 2마리가 집에 들어오게되니 내가 말로 듣던 신랑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추운 겨울, 감기에 걸릴까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안전한 자리에 울타리를 치고, 쓰지 않는 이불을 깔아놓고, 아기강아지를 데려왔을 때의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켰다.

사료는 철저하게 갯수를 세어 물에 정확하게 불려서 주었고 아기들을 소중하게 존중해주었다. 유튜브로 강아지공부를 하고, 선배 강아지보호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메이가 집에와서 토를 하고, 심상치않은 모습을 보이자, 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좌욕을 시키고, 숙변제거를 돕고 그 모든걸 기억했다가 메이 장염에 걸렷을 때 어느때보다도 민첩하게 메이를 안아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여태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라고 말하던 아저씨가 막상 강아지들을 보니 나보다도 더 끔찍하게 아끼는 모습이 조금은 감동적이었다.

장이 약한 메이를 위해 강아지용 생수를 구입하고, 강아지 용품을 사러 가면 아이들의 두뇌계발을 위해 노즈워크와 사고력을 요하는 장난감을 물색한다. 아이들의 발바닥 관리를 위해서 소음이 적고 성능좋은 이발기를 찾아다니고, 직접 발톱정리와 발바닥 정리를 해준다. 털이 빨리 자라는 미니의 시야를 가릴까, 털이 눈을 찌를까봐 눈앞머리의 털도 정리한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면 작은 움직임과 변화들을 모두 기억해서 선생님께 상담을 받는다. 어느순간 내가 더 과감하게 키우는 보호자가 되었고, 신랑은 아이들에게 벌벌 떠는 극성 보호자가 되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하고싶어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나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그런 가능성을 차단해버린다.

산책을 함으로써 공기를 쐬고, 보호자의 컨트롤 아래에서 안전하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비가 온다고 애견동반 카페에 가는걸 그렇게 질색한다. 아무래도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강아지들을 볼 수 없는 유치원도 우리집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입거나 상처를 입는 것이 용서가 되지 않는것이다.

이런 신랑을 누가 시골개처럼 키운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지도 못 한 포인트에서 아이들을 아껴주는 신랑의 마음이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느끼고, 인간2, 강아지2 가구인 우리 가족을 더욱 결속력있게 묶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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