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데려오면서 내 생각이 변화하고, 삶의 자세가 변하면서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써야겠다 다짐하게 한 큰 이유가 미니였다. 미니를 보면 우리 부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이라 더 짠한 마음이 들고, 마치 내면아이를 치유하라는 조물주의 선물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거창하지만 ㅋㅋ 우리 DNA를 0.1%도 가지고 있지 않을 생물체에게서 신랑의 과거, 그리고 나의 과거 및 현재의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미니를 보면서 아마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 너는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야.”

미니&메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구토와 변비, 적응과정을 겪는 메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그 마음을 읽어주고 나에게 미소로 위로를 준 미니는 참 따뜻한 아이다. 아팠던 메이에게 밥을 양보하고, 같이 아파주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미니가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미니 성격이 발현되면서 미니는 우리집 파이터로 자리잡았다.
메이와의 놀이를 주도하는 보통 말티푸와 보통 포메의 노선을 완전히 뒤집어놓으셨고, 아이들 생수에 과감하게 발로 장난을 치는 장꾸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울타리 사이로 빼꼼 전선이 보이면 저지래를 해 두기도 하고, 집안 곳곳을 겁없이 누비는 모습이 꼭 신랑과 나의 모험정신 가득했던 과거의 모습이 보였다.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면 위생미용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과 떨어지는 게 무섭기도 하고, 보호자가 해 줘야 한다는 선배 견주의 조언에 따라 첫 발톱깎기와 발바닥 털 깎기를 우리가 직접 하기로 했다.
미니는 겁이 많아서 가위가 발톱에 닿기만 해도 낑낑거리면서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였다. 눈가의 털을 잘라주거나 클리퍼 소리를 듣기만 해도 바들바들 떠는데,, 미니의 모습이 꼭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 전의 긴장감, 롤러코스터 줄을 기다릴 때, 병원 및 검진을 기다리는 나의 바짝바짝 긴장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음에도 나의 마음으로 스스로 힘들게 하는 내가 스쳐지나갔고, 이 조그만 아기가 온몸으로 긴장감을 표출할 때면 나와 미니에게 “괜찮아. 이 또한 다 지나가고 편해질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놀이를 하다가 손을 물기도 하고, 산책을 나가서 뭔가 언짢으신 상황에서는 짖어서 당황스럽게 하는 모습이 꼭 의도치않게 나를 마음상하게 하는 신랑같기도, 어떤이유에서든 거친 표현이 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입질이 생길까봐 무는 습관을 교정하려고 한 건 있지만 아이를 어떻게든 바꿔주려고 하진 않았다. 그냥 기다려주고, 오히려 아이가 상처받거나 무서워 하지 않을까 안아주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집에 온 지 4개월차, 산책 중 짖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위생미용에도 많이 마음을 내려놓았음이 느껴진다.
미니를 보면서 역시,, 채찍질보다는 사랑과 격려가 필요하다는걸 절실히 느끼고, 나의 하루를 더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미니의 얼굴이 한층 더 말괄량이의 모습을 더 부각하는 것 같아 진지하게 미용을 배우고싶지만,,, 애기랑 떨어지는 게 두려워 결국 유튜브 선생님을 더 귀찮게 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모습이 더 유니크해서 미니다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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