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맛집] [권오복식당] 냉면의 전통과 역사가 보존되는 현장 (+분틀메밀국수집, 메밀100%, 냉면랩소디)

여기는 냉면도장깨기로 올릴까 하다가.. 우리가 주로 가는 평양냉면이 아니다보니 그냥 강릉 맛집으로 게시함.

얼마전에 냉면랩소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냉면에 대한 역사와 지역적 특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보여주었더랬다. 넷플릭스에도 있으니, 아직 보지 못 한 사람들은 한번쯤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짧게 2편으로 소개되어 있어 금방 지나간다.

처음 나온 장면이 사찰에서 분틀을 대여하여 냉면을 내려먹는 장면이 나온다. “권오복식당”에 출장냉면을 의뢰하는데 그 방식이 옛것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고명도 채식으로 아주 건강해 보이는 것이 처음 보는 순간 부엉부부의 뇌리에 박혀버렸다.

고기가 없던 시절 어릴 때 만들어 먹던 메밀국수를 지금까지 고수한다고 한다. 나무분틀이 더욱 아날로그함과 순수함을 돋보이게 한다.

사장님은 메밀국수는 “곡식 맛”으로 먹는거라 하셨다. 면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을 온전히 맛보기로 한다

🌸주소는 강릉시 율곡로 2713(노암동 231-5)이다.별도로 브레이크 타임은 없는 것 같고, 오후 2시 정도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후 7시 전에 오면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게 트럭이 한대 있었고, 차량 3대정도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중주차 등을 하게 되면 6대도 가능할듯!! 가게 유리에 아주 큰 글씨로 사장님 성함이 적혀있다. 아주그냥 실명제로 얼마나 자부심있게 운영되는 지 엿볼 수 있었다.

여기는 보통의 냉면집처럼 “냉면” 이나 “면옥”이라는 글귀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 메밀가루 100%로 면을 내리고, 전통의 방식으로 일일이 주문이 들어가는대로 나무분틀로 내려주고, 육수나 양념마저 완전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었다. 무협영화에서 별볼일 없는 노인이 엄청난 고수의 아우라를 풍기는 그런 느낌!!

우린 냉면랩소디를 통해 알게된 집인데, 이미 여러 방송국에서 다녀갔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주문을 받는대로 냉면을 내려주신다.

사장님 연세도 있어 보였는데 ㅠㅠ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찾아가지 않는게 도와드리는건가 싶다가도.. 또 이런 우리의 것은 또 많이 이용하고 전파하는 것이 후손의 소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신랑이랑 우리가 기술 배워서 이어나가는건 어떠냐고 ㅋㅋㅋ 사장님 허락없이 둘이서 그랬더랬따.ㅎㅎㅎㅎ

“권오복식당”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 나무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나무로 된 식탁과 의자, 그리고 목각인형, 메뉴판이나 원산지, 방명록이 그냥 나무로 되어있다.
나무감성 넘나 편안하고, 부모님생각이 자꾸 난다.이번에도 동치미국수, 비빔국수, 메밀전을 주문해본다.비빔국수라 해서 당연히 빨간 양념일 거라 기대했다 ㅎㅎ 아래 사진 꼭 봐주시길

젤 먼저 나온 메밀전이다.
신랑이 사찰음식같다고 한다.
메밀가루에 이런저런 채소를 넣어서 엄마가 부쳐주시긴 했지만 이렇게 메밀전병에 김치와 파를 얹은 형태는 처음본다. 굉장히 한국적이고, 건강해보인다.시중에 판매하는 부침가루나 김치양념이 섞이지 않아서 가루에는 아무런 간이 되어 있지 않다. 입안에서 부서지듯 찰기가 없지만 그냥 몸을 통과해서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을 것 같다.테이블마다 마련된 간장을 종지에 덜어서 찍어먹는다. 열무김치도 곁들인다.
잘 삭은 열무김치가 꼭 할무니댁에서 먹는 그런 맛이다.
간장을 정말 약하게 찍어서 열무김치와 같이 먹는 것이 별미다.

우리가 메밀전을 음미하는동안 사장님께서 면을 내려주신다.
가게 입구에 안치되어 있는 분틀느님으로 정성스럽게 면을 뽑는다.
아래는 펄펄 끓는 물이 있어 내려오는 면을 호화시켜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ㅎㅎ 만들어주면 건져내어 냉수마찰을 해준다.

그렇게 우리 식탁으로 온 국수 두그릇온전한 메밀향 메밀 100% 쫄깃하고 두툼한 자연 그대로의 맛이다. 이게 바로 메밀로만 된 면이구나 싶은 그런맛!! 밀가루나 전분이 1도 없는데 엄청 또 쫄깃쫄깃하다. “을밀대” 면이 취향저격이다 했는데 여긴 또 메밀로만 갓 내려진 쫄깃한 면발이 그냥 모든걸 설명해주는 그런 집이다.

“권오복 식당”에서는 온전한 메밀 향과 맛을 느끼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다.

심지어 숟가락도 주지 않으신다. 육수는 그릇을 들고 마셔야 한다.

비빔국수도 모두 비볐을 때에도 잘 비벼졌는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정도의 그런 색이다.

먹고나면 빨간 양념의 닭강정이 생각났는데, 내가 얼마나 인위적인 맛에 절어있었나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오빠는 절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정리했고, 나는 계속 뭔가가 허전하다. 완전 건강해서 먹어도 살이 안 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평양냉면 초보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있을 것 같아 추천하지 않지만, 메밀을 굉장히 좋아하고 전통의 맛을 경험하고싶은 사람과 평양냉면 고수들, 정말 전통적인 냉면의 유래를 몸소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망설임없이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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